9일 구속된 최근덕(80) 성균관장의 횡령사건은 크게 두 갈래다. 지난해 1월 성균관 전 부관장 장모씨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헌성금 유용과 지난해 4월 경북 영주경찰서 수사로 시작된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다.
장씨는 "최 관장이 부관장에게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매년 수천만원씩 걷어온 성균관 자금 25억여원을 아파트 구입 등 개인용도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관장은 검찰 조사에서 "운영자금을 받는 관행은 있지만 횡령한 사실은 없다"며 18억여원의 사용자료를 제출했다. 1년 이상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최 관장이 성균관 공금 5,000여만원과 헌성금 수억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밝혀내고 지난 2월 말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사건을 넘겼다. 안동지청이 영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직원들의 업무상 횡령사건을 수사하던 중 성균관 직원 및 최 관장까지 연루된 국고 횡령 정황이 드러난 때문이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영주시가 2008년부터 성균관에 맡겨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상징적 시설이다. 최 관장에게 국고 횡령 지시 혐의까지 추가된 것은 최 관장이 임명한 이 수련원 이모(51) 원장과 전 직원 유모(52)씨 횡령 의혹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단초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말 본지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었다. 경찰은 원장 등을 지난해 8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9,3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겼다. 이 원장이 횡령한 돈은 수련원이 별도 법인을 설립, 운영한 고용노동부 지원 사회적기업 소속 강사들의 강사비였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거쳐 지난해 6월 예산지원을 중단했다.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이 원장이 횡령한 상당액이 성균관 직원들의 계좌로 드나든 사실을 적발,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소년인성교육 현장교실 명목으로 지원한 예산 전체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수사결과 성균관 교화부장 여모(57), 총무부장 고모(52)씨가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내고 구속했다. 여씨는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구속 수사를 받던 고씨는 "국고보조금을 업체에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성균관 운영비로 충당하라는 최 관장의 지시에 따랐다"고 실토했고, 최 관장에게는 국고보조금 횡령 지시 혐의가 추가된 것이다.
성균관 관계자는 "한국일보의 잇따른 보도에 이어진 언론들의 추가 보도는 검찰 수사가 최 관장이 국고 횡령을 지시한 혐의를 추가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토로했다. 실제 본지는 경찰 수사부터 검찰의 수사확대, 한국선비문화수련원 횡령 사건과 성균관의 연루 의혹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유교의 고장으로 불리는 경북북부지역 유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권영순(55) 영주 청년유도회 회장은 "염치를 최고 덕목으로 하는 유교의 수장이 횡령사건에 연루된 사실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며 "영주 선비문화수련원 운영자도 진작 바꿨어야 했다"고 개탄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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