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계층 의료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차상위계층의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다.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차상위계층의 의료비를 건강보험료에서 조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금명간 낼 예정이다.
차상위 계층(연간총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의 의료비는 애초 국고로 부담했으나,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로 충당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재정당국이 차상위 계층의 의료비를 건강보험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32만명인 차상위계층들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이중 희귀난치성 질환자(백혈병, 혈우병 등)는 진료비를 전액면제받고, 만성질환자 등은 진료비의 일부 (급여항목의 14%)를 내고 있다.
건보 재정에 떠넘겨진 차상위계층의 의료비는 2008년 1,407억원에서 2009년 6,202억원, 지난해 9,233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건보재정은 2011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2009년에는 32억원 적자, 2010년에는 무려 1조2,994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보장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이들을 지원하면서 건보재정이 크게 압박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창호 전국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이들 대부분이 건보료를 낼 수 없는 형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계층이 건보혜택을 받는 것은 사회보험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용 지원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의료비 국고지원 비율은 전 국민의 1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3.2% 정도에 불과해 노동ㆍ시민단체에서는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국고지원 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해왔다. 김명연 의원실 관계자는 "당 정책위와도 조율했으며 야당의원들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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