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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경영난 공공병원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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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경영난 공공병원 폐업

입력
2013.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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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방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질 낮은 의료 서비스로 외면받고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폐업론이 적지 않지만, "공공의료는 경제 논리로만 따져선 안 되는 영역"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국의 지방의료원은 34곳. 2011년 한 해 동안 모두 655억원의 당기 순손실로 한 곳당 평균 19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7곳만 흑자를 냈을 뿐이다. 경영수지만 따지면 폐업 논리가 설득력을 띠지만, 공공성 포기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민간 병원들이 기피하는 의료서비스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한테 제공하려면 공공병원은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시각도 갈린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5.3%에 불과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0% 이상인 것에 비춰볼 때 오히려 늘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의료의 문제는 공공병상 증설이라는 1970년대식 패러다임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의료공급체계를 개혁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하며, 수가인상 같은 방법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공병원 비중 OECD 평균 10%선 수익성에만 집착 의료공공성 외면 안돼"

●반대, 정형준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의업은 돈보다는 생명이 가치무작정 경쟁체제만 강요하면가난한 환자들 사각지대 내몰려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수의 5.3%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의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0% 이상인 것에 비추어볼 때 10분의 1도 안 된다. 마치 민간의료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같은 존재다.

공공의료기관의 수가 이렇게 적다 보니 한국은 적정진료 표준도 사립병원이 제시하기까지 한다. 한국은 갑상선수술이 OECD 평균보다 10배나 많다. 안정성과 효과성이 아직 확증이 안된 로봇수술 원칙에 대한 규제도 없고, 고가의 비급여 검사를 많이 하는 검진센터를 둬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해도 적정수준을 제시하는 것이 민간병원들이다 보니 '과잉진료'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다.

반면 지방으로 가면 필수 진료시설인 응급실이 없어 몇 시간을 헤매야 하고,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 전에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와 있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립 민간병원이 대부분이라 돈이 안 되는 진료를 모두 외면해서 그렇다. 이른바 필수적 진료에 대한 '과소진료'의 사예들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너무 없다 보니 적절한 진료 표준이 없어 과잉진료와 과소진료가 모두 존재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공공병원은 적정진료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병원에서 떠 넘기는 돈 안 되는 환자를 주로 받는 일을 하게 된다. 지방의료원들은 민간병원들과 비교했을 때 입원환자는 71%, 외래환자는 74%의 진료비만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걸핏하면 공공병원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진료수익이 '적자'라는 점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의 이유를 '적자' 때문이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의업은 돈보다는 생명이라는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병원 수익성과 성과를 아픈 환자나 병원 인력의 인건비에서 뽑아내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민간병원보다 적자가 많은 것은 앞서 말했듯이 돈 되는 진료에 혈안이 되지 않아서, 그리고 가난한 환자도 차별하지 않고 진료를 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공공병원에서 흑자를 내라는 것은 부자 환자들을 '유치'하라는 뜻이고, 민간병원처럼 과잉진료를 하라는 것이다.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어 국가가 수익을 내자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공공병원의 적자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않고 경쟁체제에 몰려 민간병원을 따라 하려다 발생한 것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성과급'과 '연봉계약제'다. 민간병원에서 성과급제로 의사들이 더 많이 진료하게끔 하고 경영성적도 좋아 보이니 그냥 막무가내로 따라한 것이다. 그러나 공공병원에 오는 가난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야말로 진료 수익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고 도리어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에 손상만 있었다. 특히 매년 실적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차라리 민간병원에 가버리겠다고 나간 의사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실제로 1998년 이후 성과급제를 도입했던 공공병원 의사들의 근속년수는 점점 짧아졌다. 따라서 병원의 경영상황도 나빠졌다. 즉 공공병원에 '경젱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공병원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일부 지방의료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인적 인맥으로 임명되는 경우도 있다. 공공의료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채산성만 맞추려는 병원장 밑에서 병원은 경영상으로도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추가 투자도 인력보다는 가시적인 장비나 건물에 집중되다 보니 실제로 병원에 가장 중요한 인력충원은 늦어졌고, 병원 근무 인력은 줄어들었다.

한국의 공공의료예산은 총예산의 0.5~0.7% 수준으로 OECD 국가 최저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회계에서처럼 독립채산을 강요하다 보니 실질 운영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보인다. 5년 전 신축 이전한 진주의료원의 부채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 민간의료의 바다 속에 공공의료를 살리는 첫걸음은 공공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공공의료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 최소한 미국수준인 30%이상에는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의 자긍심을 살리자. 공공병원이 돈이 아니라 공공성의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구노력 뒷짐, 도덕적 해이 만연… 공공병상 증설 주장은 낡은 패러다임"

●찬성,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지역거점 병원 역할도 기대 이하민간병원과 경쟁 불가피한 현실의료공급 개혁ㆍ건보 보장성 확대를

경남 진주의료원의 누적적자는 300억원에 육박한다. 건물 신축으로 폭등한 적자규모는 지난 5년간 한 번도 200억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연도별 당기순손실도 2007년 40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수익대비 인건비 비율이 89%로 민간병원(평균 45%), 타 공공병원(평균 69%)에 비해 현격히 높다는 것이다. 2007년 이후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경영개선 노력이 부족했고,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경영지표로만 보면 진주의료원이 지금까지 버틴 것이 신기할 정도다.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의료급여 환자를 얼마나 치료했는가 인데, 전체 의료급여 대상자 중 진주의료원 이용률은 3% 미만이므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구노력 부족 외에 진주의료원이 경영난에 처한 다른 중요한 원인은 타 병원과 경쟁이다. 진주는 의료공급 과잉지역으로 의료기관만 384개에 달한다. 더욱이 지난해 2월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경상대병원 등 19곳이 공공의료서비스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20여개 중·대형병원들이 공공의료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일각에서는 공공병상 비중을 OECD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기 때문에 공공병원을 유지 또는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당시 보건의료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공병상을 전체 병상의 30%로 증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취지와도 어긋난 것으로 공공의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판단된다.

필자는 최근 의료공급체계 효율성 및 공공성 강화방안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공공의료 문제에 관해 정리해 볼 기회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공공의료의 문제는 공공병상 증설이라는 1970년대 패러다임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고, 의료공급체계의 개혁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및 수가인상, 그리고 필수의료를 실질적으로 정의하고 실천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정의를 의료급여 환자, 보훈환자 등에 추가해서 국민건강보험법 등 법률에 의거하여 정부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의료,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에 적용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 등으로 확대하고 구체화한다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공공의료는 공공병원뿐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가입자들의 의료 이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정한 모든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병원이 영리추구에 바빠서 공공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건강보험의 불합리한 보상구조와 낮은 수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민간병원들은 공공의료를 제공하지만 이로 인한 적자를 보전해 주는 보상기전이 국민건강보험에 없기 때문에, 병원이 마음대로 수가를 책정할 수 있는 초음파, MRI, 1~2인 병실 등 비급여 서비스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공병원도 민간병원과 경쟁해야 하고 정부평가에서도 경영실적을 주로 강조해 영리를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개선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 먼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는 의료서비스와 기술을 보험급여로 포함시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지나치게 고급화된 특진과 고급병실 등을 보험급여에서 제외하여 필수 의료를 규정함과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은 고급의료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포괄적으로 보장해야만 장래에 재정파탄을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문제에서 다시 짚어야 할 것이 의료기관 도산에 대한 정책이다. 공공병원이라는 방패 속에서 신의 직장을 만끽하는 도덕적 해이도 방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열심히 노력한 병원이 도산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책정하여 많은 민간병원들이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지만 선결조건으로 의료공급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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