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사례,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 받은 사람이 뇌사에 빠져 다시 다른 사람에게 콩팥을 이식해 준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는 매우 드문 일로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 성공사례로 기록됐다.
9일 인제대 부산백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석모(57)씨가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석씨는 18년 전인 1995년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투석치료를 받다가 98년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른쪽 콩팥을 이식 받았다. 최초 수년 간은 건강한 듯 보였지만 석씨의 콩팥 기능은 점점 나빠졌다. 결국 석씨는 2011년 2월 뇌사자로부터 왼쪽 콩팥까지 이식 받았다.
석씨는 이후 건강을 회복해 운동을 즐길 정도가 됐지만 이번에는 예기치 않게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뇌사상태에 빠진 석씨의 가족들은 그의 왼쪽 콩팥을 딸에게 주기를 희망했으나 혈액형이 달라 이식을 포기해야했다.
병원은 이식 대기자 중 적합한 인물을 찾아 나섰다. 콩팥의 주인인 최초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했던 이 병원은 세포 표본을 갖고 있었지만 검사 시약과 기계 등 시스템이 바뀌면서 수혜자를 찾는 면역반응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병원은 혈액형이 콩팥의 주인인 최초 뇌사자와 AB형으로 동일하면서 수혈 경험이 없고, 이식 거부반응 가능성이 낮은 이모(65)씨를 수혜자로 선정했다.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김영훈 교수는 지난 3일 2년 전 석씨의 몸에 이식한 콩팥을 떼어내 이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 교수는 “수술 당시 석씨의 콩팥 기능은 매우 좋은 상태였고, 콩팥을 받을 이씨에 대해서는 수술 전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투여해 거부반응이 나타날 확률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씨가 앞으로 1주일 후면 퇴원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3개월 뒤 직장생활 등 정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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