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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유정의 충실한 서사 김광석 노래 추억하는 속이 꽉 찬 무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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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유정의 충실한 서사 김광석 노래 추억하는 속이 꽉 찬 무대 선물

입력
2013.04.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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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최초의 대형 뮤지컬 '그날들'이 펼쳐졌다. 같은 소재로 선보이고 있는 작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와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이 작품이 완전한 서사를 갖춘 본격 대형 뮤지컬이라면 '바람이…'는 가수의 히트곡을 추려 콘서트 형식으로 엮은 쥬크 박스 뮤지컬이다.

소재만 같고 형식은 판이하다. 제작자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측이 밝힌 바 '그날들'에는"허전한 이야기, 억지스런 전개, 어지럽게 자리잡은 음악 등 기존 쥬크 박스 뮤지컬의 관행을 깨고자 했다"는 의도가 무대를 통해 충실히 구현된다.

극은 1992년과 2012년에 발생한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얘기다. 예고에 다니는 대통령의 딸이 친구들의 질시를 견디지 못해 가출한 얘기(2012년)와 청와대 경호원인 두 청년과 한중수교 체결과정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의 사랑 이야기(1992년)이다.

청와대, 안기부 등 무대에 수시로 등장하는 권력 기구들이 무대에서는 일상의 배경으로서만 기능한다. 그 이름에서 연상되는 지난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는 모두 걷어냈다. 반투명 무대막에 시원스레 투영되는 영상들의 색상 변화로 등장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을 암시한다. '오! 당신이 잠든 밤에' 등으로 확인된 장유정씨의 서사와 연출력이 재삼 확인됐다.

최대의 공신은 물론 고 김광석의 노래다. 새로 문을 연 극장다운 원활한 회전과 상승하강 등 메커니즘은 그들 노래가 함축하고 있는 바를 효과적으로 재현해 내기 위한 도구이다. 웅장한 합창과 반주로 재현되는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가 장식하는 대미는 웅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경호원들의 일상 풍경에서는 일체의 권위가 해체돼 있다.

오만석 유준상 강태을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같은 스타급 남자연기자들의 박력 넘치는 군무가 압권이다. 또한 경쾌한 폴카 리듬으로 '나의 노래는'을 주고 받는 모습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 쇼 풍경을 방불케 할 정도다.

회전 무대, 수평 이동 무대 등 새로 문을 연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의 무대 메커니즘이 단단히 한몫 한다. 객석과 무대 사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록 오케스라의 연주는 그 자체만으로 김광석을 추억하는 훌륭한 무대다. 6월 30일까지.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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