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 는 모두 1980년대 중반 영국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는 속어로 '홀딱 벗는다'는 뜻이다. 제철소 폐쇄로 실직한 노동자들이 삶의 밑바닥까지 전락한 끝에 돈벌이를 위해 남성 스트립쇼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는 광부의 아들인 소년 빌리가 온 가족과 마을이 탄광 파업에 휘말리는 격동 속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향해 아름다운 도약을 이루는 이야기를 그렸다.
■ 두 작품 속의 제철소 폐업과 탄광 파업 상황은 모두 그제 뇌졸중으로 타계한 마거릿 대처(1925년생) 전 영국 총리의 개혁 후폭풍이었다. 79년 그가 사상 첫 여성 총리로서 직면한 숙제는 '영국병'의 치유였다. 과도한 사회복지와 지나친 노조활동 등으로 만성 고복지ㆍ고비용ㆍ저효율 사회로 전락한 영국은 급기야 76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이른다. 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의 3년을 보낸 대처가 총리로서 추진한 개혁의 이념이 바로 '대처리즘(Thatcherism)'이다.
■ 대처리즘은 '철의 여인'으로서 확고한 소신과 불굴의 추진력을 보인 대처 총리의 통치 스타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반면 개혁이념으로서는 경제회생을 위해 시스템 전반에 경쟁과 시장원리를 과감하게 적용한 걸 가리킨다. 대처 총리는 이를 위해 집권 후 재정지출 삭감, 산업 구조조정 및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강력히 추진했다. 제철소 폐업과 84년의 전국적 탄광 파업은 결국 대처리즘의 그늘이었던 셈이다.
■ 대처리즘은 81년에 집권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대통령의 정책에도 접목돼 '레이거노믹스'를 낳았다. 시장경제를 축으로 한 두 사람 간의 '대서양 합작'이 병든 영국과 미국의 중흥을 일군 것이다. 하지만 근년 들어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는 전 세계적인 부(富)의 양극화와 비정한 자본주의를 초래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원조로서 비판 받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2등 국가 전락을 막은 게 대처리즘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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