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산장관의 재산은닉으로 시끄러웠던 프랑스 정국이 현 외무장관의 해외 비밀계좌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부자증세 등 99%를 위한 정책을 내세웠던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각료들의 잇단 추문에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8일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에 이어 로랑 파비위스 현 외무장관도 스위스 은행에 비밀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베라시옹은 “카위작 사건을 폭로했던 탐사전문매체 메디아파르의 기자가 파비위스 장관의 스위스 은행계좌 보유 증거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파비위스 장관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아무 근거도 실체도 없는 보도”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카위작 전 장관의 비자금 스캔들도 추가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카위작 전 장관은 스위스 비밀계좌에 60만유로(9억원)를 빼돌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일간 르 피가로 등에 따르면 그는 당초 60만유로가 아닌 1,500만유로(220억원)를 예치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스위스 은행은 당시 카위작이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라 앞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고위층 비리에 정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가 카위작 전 장관 스캔들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의회 해산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르 피가로는 전했다. 77%는 프랑스 정치인이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치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혐오감(36%)이 불신(32%)보다 높았다. 오피니언웨이는 “프랑스 국민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장 마르크 애로 총리는 15일까지 모든 각료들의 재산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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