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기계 소리가 완전히 멈췄다. 북측의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와 가동 잠정중단 조치에 따라 어제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9년 만에 처음 있는 사태다.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이자 충돌 완충장치인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심정은 절박하다. 공장가동 중단사태가 조금만 길어져도 입주영세업체 대부분이 파산 등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입주기업인들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정부에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범 중소기업계 대표단을 북측에 파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북측은 입주기업인들의 피맺힌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전쟁에 대비해 남한 내 외국인들의 대피 대책을 세우라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위협을 계속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 없지만 먼저 대화 등을 제의하고 나설 생각은 없다는 분위기다. 북측이 막무가내로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력하게 사태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부터 마련하는 등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다.
남북협력기금법은 경협보험에 가입한 남북경협 업체들에 대해서는 남북협력기금을 이용해 손실을 보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보상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령 절차도 까다로워 당장 운영자금이 급한 업체들에게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관련 규정만 따질 게 아니라 업체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의 이 같은 뒷받침은 입주업체를 흔들어 대남 압박을 가하려는 북측 의도를 무력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북측이 단번에 공단을 폐쇄하지 않고 통행제한, 가동잠정 중단 식으로 단계적 조치를 취하는 의도를 잘 간파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도 병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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