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신발제조업체 A사는 최근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중국 인건비가 꾸준히 올라 작년 1인당 월 55~65만원 수준인 데다, 전기요금도 한국의 2~3배에 달하고, 한국에서 원ㆍ부자재를 수입해 관세를 물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게 오히려 더 저렴해진 상황”이라며 “비슷한 고민을 하던 다른 신발제조업체 3곳도 함께 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판 리쇼어링’물결이 일고 있다. 중국 내 생산여건이 악화되자, 다시 국내 U턴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국내 일자리 창출과 세수확보를 위해 리쇼어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4개 주얼리 업체가 전북 익산 산업단지로 한꺼번에 이전을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 신발업체 4곳이 부산으로 동반 복귀를 결정하는 등 ‘집단 U턴 제2탄’도 나왔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10개 기업이 이날 복귀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했다. 부산에는 신발 업체 4곳이, 경기에는 전자부품과 기계, 인쇄 등 3개 업체가 이전하기로 했고, 대구(자동차부품)와 충남(금속밸브), 경북(전자부품)에도 U턴 기업이 들어설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국내로 돌아온 10개 사는 코트라와 각 지자체들이 현지 유치활동을 통해 발굴한 기업”이라며 “2014년까지 총 1,000명 이상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진출기업의 국내복귀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만 관세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관세가 점차 인하되면 생산비를 더욱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급 여건이 좋아지고 공장 부지만 확보된다면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이유도 있다. 휴대폰 터치스크린을 만드는 B사는 “중국, 베트남보다 한국이 투자비는 몇 배 더 들더라도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인력과 우수한 수출 여건을 감안해 경기도에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C사,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인 D사는 중국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는 ▦지자체별 직업훈련교육 ▦각종 세제지원 및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U턴 장려 정책을 더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번에 복귀하는 10개 사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U턴 붐이 더욱 확산돼 현재 관망 중인 해외 진출기업들의 U턴을 적극 유도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 수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리쇼어링(re-shoring)이란
기업의 해외공장이전을 뜻하는 뜻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로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일자리창출을 위해 대대적 리쇼어핑 캠페인을 펴면서, 애플 구글 GE 등 업체가 미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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