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떠나 있는 정치권의 잠룡(潛龍)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들 중 상당수가 교수 혹은 연구원 자격으로 국내외 대학에 둥지를 틀고 재기를 모색 중이다. 이들은 "당분간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채 내공 쌓기에 전념하고 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다음 달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재선 국회의원과 판사, 변호사를 거치며 쌓은 경험을 살려 특강 형태로 강의할 계획이다. 임용 기간은 일단 1년이다. 그는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고 강의와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의 활동 및 장애 아동 지원 사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로 임용돼 '고급도시행정 세미나'라는 제목의 강의를 이달 초부터 시작했다. 그는 2011년 8월 시장직을 사퇴한 뒤 영국과 중국에서 지내다 지난 해 말 귀국했다. 지난 달부터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은 베이징대 연구원 자격으로 가족들과 함께 중국에 체류 중이다. 그는 지난 해 8월 캠브리지대 연구원으로 6개월간 영국에 머물면서 유럽 각국을 다니며 선진 제도를 공부한 뒤 올 2월 중국으로 옮겼다. 그의 측근은 8일 "원 전 의원은 올 8월말쯤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최근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가 됐다. 그는 9일 '법학과 법학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강의를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야권의 잠재적 차기 주자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나란히 머물며 독일의 통일과 교육∙노동∙복지 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부인과 함께 체류 중인 손 고문은 현지에서 선진적인 정책을 입안한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등과 대담을 갖고 현장 방문을 통해 정책 시행 결과를 확인하는 연구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손 고문은 6월 중순 심포지엄을 열고 7월에 귀국한다.
수행비서와 함께 지난달 초에 떠난 김 전 지사는 독일의 평화통일 과정과 통일독일의 발전상 등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9월쯤 귀국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걸어서 5분 내 지근거리에 살고 있으며 지난달 말 첫 만남을 갖고 당의 상황 등 정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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