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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4개 국어 능통… 60대 “통역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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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4개 국어 능통… 60대 “통역은 내 운명”

입력
2013.04.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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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나 행사, 축제 등의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60대가 있다. 올해 환갑의 나이에 통역자원봉사자로 뛰고 있는 박성주씨다. 그는 4개국 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줄 안다. 영어와 일본어는 기본이고, 프랑스어에 중국어까지 '장벽'이 없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및 중소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베트남어와 태국어까지 손을 뻗쳤다. 또 서울시에서 5월 최종 선발하는 관광안내소 자원봉사자에 지원해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박씨는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 노력이 더해져 4개국어를 재능기부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나라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통역자원봉사자 생활은 3년 밖에 안 되지만 경력은 화려하다. 2010 G20 서울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2011 서울 월드 씨름 챔피언십, 2011 서울 드럼 페스티벌, 2012 아산성웅 이순신축제, 2012 여수엑스포 세계박람회,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2012 제7차 세계RCE총회, 2012 인천세계장애대회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인천시민이기도 한 그는 이런 이력 때문에 인천 지역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다. "2011년 인천시로부터 '인천시민 명예외교관'에 위촉됐어요. 재능기부를 더 활발히 하고 싶은 자극제가 된거죠."

출중한 외국어 실력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9남매 중 여덟째였던 그는 당시 고위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일어·영어에 능통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어머니 덕분에 외국어에 관심을 가졌고, 독학으로 두 언어를 수준급으로 익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며 내공을 키웠다. 그러나 학창시절 부모가 돌아가시자 가세가 기울어 대학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순 없었다. "외국어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회사를 찾았어요. 당시 영국의 한 회사에서 서울지사 근무 직원을 구했는데, 각 기업의 회장 등 VIP를 공항에서 영접하는 의전담당이었죠."

박씨는 30여년 간 이 일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만나며 통역사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느지막이 중국어를 배운 것도 이 때문. 그의 비결은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 CCTV에서 녹음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는가 하면 일본의 NHK, 미국의 NBC 방송을 매일 시청한다. 대형서점을 자주 찾거나 문장 200여개를 암기하는 것도 방법.

"현재 통역자원봉사자들의 80% 이상은 20~30대 젊은이들입니다. 그러나 고령의 나이임에도 외국어 및 다양한 능력을 갖춘 고급인력들이 많아요. 정부가 나이제한 없이 통역봉사자들을 뽑아 그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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