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관련, 미국 국회의원들이 7일(현지시간)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북한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는데도 중국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중진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민주당 서열 3위인 척 슈머 상원의원 등이 이날 중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분위기는 의회의 중국 때리기와 사뭇 다르다. 백악관은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잇따라 보내 북한 문제를 매개로 미중 관계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고 케리 국무장관이 13일 중국을 찾아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다. 케리의 뒤를 이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하며 다음달에는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중국을 찾는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고위급 중국 인사의 워싱턴 방문이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바마 정부 인사의 최근 발언도 중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던 것과 거리가 있다. 3일 첫 외부 강연에 나선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차이가 있고 서로 다른 동맹이 있지만 중요한 점은 차이가 아니라 공동 이해에 기초한 관계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런 좋은 예가 북한 문제"라며 "북한 문제의 악화는 미중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중국을 설득하는 어투로 말했다. 도닐런 보좌관도 "지금은 중요한 시기"라며 "시진핑 체제와 오바마 2기에 (북한 문제는) 미중의 중요한 '조기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아시아태평양 전략 조치를 차근차근 취하며 중국을 간접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억지를 위한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확충 등 군사 조치들을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화 등의 채널을 통해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미군을 동북아에 추가 주둔시킬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위력 과시와 설득 등에 공개적 혹은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항의하지 않고 있다. 양국 관계의 새 틀이 아직 가시화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이런 중국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와 같은 반사적 북한 지지가 대미관계에 부담이 된다고 중국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도닐런 보좌관도 "중국의 대북 입장이 진화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한국을 떠날 수 없다며 의회의 청문회 출석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발사대에 있는 북한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타격하는 것을 배제하도록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기 전에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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