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인기를 얻은 아이돌 가수가 어렵게 생활하는 부모님에게 집을 사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 모두들 기특하다고 칭찬한다. 그런데 세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그 가수의 부모는 증여세 탈루 혐의로 세무조사 대상자가 된다."
국세청 간부의 설명이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생각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행법 상 부모ㆍ자식 간의 증여라도 10년간 3,000만원 이하여야 증여세가 면제된다. 부유층 아버지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는 것은 '부의 세습'이지만, 성공한 자식이 부모에게 집을 사주는 건 '효도'로 보는 사회통념이 세법에선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가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상, 사회통념과 세법 간의 충돌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28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한 해 평균 5조7,000억원 꼴이다. 국세청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간 관행처럼 눈감아왔던 부분에 대해 더욱 엄격한 세법을 적용하는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세법 적용이 엄격해질수록 회피 수단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유층보다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법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모든 소득을 샅샅이 뒤져 세원 포착의 기회로 삼는 데에만 급급한 양성화 정책은 세무정보의 활용이 어려운 저소득계층의 조세 부담을 과중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물론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사채업자, 역외탈세에 국한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철저한 탈세조사와 함께 지하경제에서 탈출하도록 적절한 보상 등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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