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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의 효자 베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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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의 효자 베이 마케팅

입력
2013.04.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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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김포한강신도시는 업계 3위 대우건설의 청약경쟁률이 0.13대 1을 기록하는 등 미분양이 속출했다. 그런데 유독 58위 반도건설(1.18대의 1)은 미분양을 면했다. 소형(전용면적 59㎡)에 4.5베이(Bay)를 적용한 특화설계가 비결이었다. 3베이가 대세이던 시절 신(新)평면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덕분에 반도건설은 최근 동탄2신도시에서도 전 평형 1순위 청약마감이라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넓어 보이면 눈길이 가기 마련. 입지, 브랜드 등 그간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던 기준들은 부동산경기 침체 탓에 백약이 무효인 터라 건설회사들이 최근 공들이는 분야가 바로 평면이다. 설계기술의 발달은 소형을 중형으로 탈바꿈시키는 묘약이다.

평면구조의 핵심은 베이. 아파트 전면 발코니의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 건축용어로, 볕이 드는 앞쪽에 방을 얼마나 많이 배치하느냐가 관건이다. 2베이는 방과 거실, 3베이는 방-거실-방, 4베이는 3개의 방과 거실이 전면에 연결된다.

언뜻 베이를 늘리는 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실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대부분 아파트가 정사각형이거나 세로로 긴 구조라 중형(전용면적 84㎡)조차 2베이가 대부분이었다. 베이가 많아질수록 건축비용이 더 드니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늘릴 이유가 없었다.

'베이 바람'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불었다. 가급적 볕이 많이 들길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베이 마케팅이 이뤄졌다. 그러나 소형 아파트는 방들이 좁아 보이는 단점이 있는데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소외됐다. 중대형 역시 베이 확장의 단점들이 거론되면서 인기가 주춤했다. 조두균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과장은 "2000대 중반 한창 때는 6베이도 있었지만 긴 구조가 불편해 다시 3베이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베이 마케팅이 다시 활기를 찾은 건 2011년 이후. 분양시장이 얼어붙은데다, 마감재 등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던 고가 마케팅마저 분양가상한제로 봉쇄되자 돌파구가 필요했다. 마침 브랜드 경쟁력이 취약했던 중견업체들이 특화설계로 톡톡히 효과를 누리면서 대형업체들도 다양한 특화평면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소형 아파트에 적용된 4베이는 혁신으로 꼽힌다. 보통 60㎡ 미만 아파트에 4베이를 적용하는 건 기술적, 경제적,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최근 분양시장엔 '20평대도 4베이'라는 식으로 소형 4베이가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4베이는 무엇보다 면적이 늘어난다. 예컨대 59㎡ 아파트의 3베이 발코니 면적이 25.67㎡라면 확장가능 면적은 16.01㎡지만, 4베이는 발코니 면적이 32.83㎡가 돼 확장가능 면적은 25.28㎡다. 즉 발코니는 28%, 확장면적은 58% 늘어나는 것이다. 김준연 대림산업 설계부문 과장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 면적(서비스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확장하면 더 넓어져 59㎡가 실제론 84㎡ 아파트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햇볕이 드는 공간이 넓어지니 채광이 좋고, 통풍 및 환기가 잘 된다.

반면 가로가 길어지고 세로 폭이 좁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현관이 어두운 게 단점이다. 창이 전면에만 나있으면 오히려 환기나 통풍이 안 될 수도 있다. 확장을 하지 않으면 방이 비좁아 보이는 것도 문제다. 4인 가족이라면 아직은 3베이가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 베이

아파트 내부의 기둥과 기둥 사이, 벽과 벽 사이를 이르는 건축용어. 전면 발코니를 기준으로 2베이는 방-거실, 3베이는 방- 거실-방, 4베이는 방-방-거실-방으로 구성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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