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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 어선 진짜 선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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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 어선 진짜 선장은 누구?

입력
2013.04.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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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선장이 아닌 일반 선원입니다. 진짜 선장은 바로 저 사람입니다."

외국인 범죄 전담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기정) 심리로 지난 2일 열린 불법 조업 중국 어선 선원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 1심에서 자신을 선장이라고 밝혀 선원 9명 중 가장 무거운 징역 2년6월에 벌금 4,000만원이 선고됐던 P(39)씨는 말을 바꿔 "진짜 선장은 항해사 Z(40)씨"라고 주장했다. Z씨는 1심에서 P씨보다 가벼운 징역 2년에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P씨 등은 지난해 11월 30톤급 목선 요단어23663호를 타고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동쪽 약 23마일 지점까지 내려와 소라 수백kg을 싹쓸이하다가 해경에 적발되자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한 혐의(배타적경제수역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기소됐다.

P씨는 이날 법정에서 "배가 나포 당하기 직전 Z씨가 교대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던 나를 깨워 '2~3달치 월급을 더 얹어줄 테니 선장 노릇을 해달라'고 했다"며 "Z씨 부인이 선주이고, Z씨는 전에도 한 차례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었다가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형량을 낮추기 위해 나를 선장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P씨는 항소이유서에도 "Z씨가 전과를 감추기 위해 이름에서 가운데 한 글자를 빼고 다른 사람인 척하고 있으며, 나머지 선원들에게도 월급을 더 주겠다고 꾀어 말을 맞췄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Z씨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스런 정황은 또 있다. 그는 수사 및 1심 재판 과정에서 선원 9명 중 유일하게 국내 중견 로펌 소속 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선임했다. 다른 선원들은 국선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영세 어선을 타는 중국 선원들은 연봉이 500만원에도 못 미쳐 변호사를 구할 형편이 안 된다"며 "벌금도 못 내 노역으로 때우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 선원들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P씨의 주장이 맞다면 Z씨가 자처한 원래 항해사는 누구일까. P씨는 1심에서 일반 선원으로 분류돼 징역 1년6월이 선고된 X(36)씨가 항해사라고 주장했다. X씨가 해경의 진압 과정에서 고무탄을 맞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옮겨진 틈을 타 Z씨가 항해사라고 가장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X씨에게 "Z씨가 선장이 맞냐"고 묻자 X씨는 2분 정도 말없이 고민하다 "아니다"라고만 짧게 말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재판부는 30일 2차 공판에서 X씨를 증인으로 세워 진짜 선장을 가릴 예정이다. 하지만 Z씨가 선장으로 밝혀져도 형량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 중국 어선 선원들만 항소하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형은 되도 가형은 안 되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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