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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털면 다 걸려… 소득 적절히 신고 "일단 소나기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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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털면 다 걸려… 소득 적절히 신고 "일단 소나기 피하자"

입력
2013.04.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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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A(42)씨는 최근 고장이 잦은 승용차를 바꾸려던 계획을 뒤로 미뤘다. 리스로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면 매월 내는 금액이 경비(비용)로 처리돼 그만큼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외제차 수입업체 관계자에게서 "세무당국이 외제차 수입업체의 자회사인 파이낸스 업체들에 고객 리스트를 요구했다"는 얘기를 귀띔 받고는 지금 타던 차를 수리해 당분간 더 쓰기로 마음을 바꿨다.

A씨는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실은 우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면서 "대다수 개업의사들이 잠시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정으로 납작 엎드려 있다"고 전했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 소득자와는 달리, 이들은 현금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아 정확한 과세가 어려웠다는 게 세무당국의 판단이다. 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28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둬 복지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무당국이 첫 번째 타깃으로 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를 겨냥하면서 당사자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가족 해외여행 자제' 공문을 보낸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레이저 치료기,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등 고가의 의료장비도 리스로 구입하면 경비 처리가 가능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개업의사들에게 세무당국에 적발되지 않도록 미리 당부한 것이다.

수도권의 한 치과의사는 "사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세무당국이 털려고 마음만 먹으면 꼭 탈세가 아니더라도 경비처리 미숙 등 뭐라도 잡아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30만원 이상'에서 '10만원 이상'으로 강화된 현금영수증 의무발급의 경우 지금까지는 환자가 요구해야만 발급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국세청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면 거의 모든 개업의사들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들은 5월 종합소득세확정신고기간에 납부할 세금이 결정된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신고가 미진하거나 누락한 부분이 적발되면 강력한 세무조사와 함께 과징금 부과 등으로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전문직 단체를 중심으로 소득을 적절히 신고하되 세무조사까지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행동강령'이 회자되고 있다. '연간 해외여행을 2회 이상 가지 말라', '해외 어학연수 중인 자녀에게 갑자기 많은 돈을 보내지 말라','금융회사 채무를 한꺼번에 갚지 말라', '채무 상환을 할 때도 일부는 다시 대출 받아 상환하라', '아파트 등 부동산을 구입하지 말라'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한 대형식당 사장은 "지난해 세금신고 전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국세청에서 '수입은 적은데 무슨 돈으로 샀냐'며 신고액 수정을 독촉했다"며 "월세 내는 것이 아까워도 집을 구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 식당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가족과의 금융거래를 꺼리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거래 신고 기준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더욱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유명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56)씨는 "지난해 친동생이 서울에서 분점을 열려고 인테리어비 등 초기 자금을 은행 계좌로 보내려 했는데, 국세청에 통보될까 걱정돼 만류했다"며 "모든 돈 거래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골드바나 금고(金庫)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세무사는 "여윳돈을 은행에 넣을 경우 종합금융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부자들이 골드바를 많이 산다"고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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