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8일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본격 가동 9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가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해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중대 조치를 선포한다"며 "개성공업지구에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비서는 이어 "남조선 당국과 군부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 대결과 북침전쟁 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보려 하는 조건에서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종업원 철수와 공업지구사업 잠정 중단을 비롯해 중대 조치와 관련한 실무적 사업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맡아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조치는 무리한 초강수로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림으로써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풀이된다.
김 비서는 다만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은 일단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킨 뒤 남북관계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단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비서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 박스'라는 보도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질 구출 작전 등을 거론한 뒤 "개성공업지구를 북침전쟁 도발의 발원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조선의 보수세력은 우리가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덕을 보고 있는 것처럼 떠들면서 공업지구만은 절대로 깨지 못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경제적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남측"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치에 대해 정부는 이날 통일부 성명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책임은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정밀 분석 중"이라며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수석실과 함께 통일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에서 "지금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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