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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범죄통계] 첨단범죄 판치는데 60년대 中情시절 입력방식 아직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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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범죄통계] 첨단범죄 판치는데 60년대 中情시절 입력방식 아직도 사용

입력
2013.04.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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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공개된 한 줄의 통계는 우리 사법당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발단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치안ㆍ복지ㆍ경제성장'보고서. 우리나라의 주요범죄 발생 건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높고, 특히 살인은 인구 10만명 당 2.2건으로 29개국 중 9위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살인은 치안상황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사실이라면 우리 범죄 통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사태는 경찰청이 "살인 집계의 기준이 달라 생긴 일로 실제 살인 발생은 인구 10만명 당 0.85건"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 범죄통계가 살인기수, 미수, 예비음모 등을 모두 포함해 '살인'혹은 '살인 등'이라는 분류로 발표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범죄통계의 기준과 수집 정보가 모두 낡아 빚어진 사태"라고 지적한다.

60년대 통계 원표 그대로 사용

학계는 오래 전부터 우리 범죄통계가 ▲이미 피해가 발생한 기수사건 ▲범행 시도에 나섰지만 미수에 그친 사건을 구분해 발표하지 않는데다 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마찬가지로 강간 역시 ▲강간 ▲강제추행 등을 모두 묶어 '강간'혹은 '강간 등'으로 발표하고 있어 원자료 없이는 이를 구분해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를 모두 묶어 발표하던 관행을 매년 습관적으로 따른 결과다.

더 큰 문제는 통계 추산의 밑거름이 되는 각종 원표(입력 틀)가 수십 년간 거의 보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63년 중앙정보부 시절 처음 만들었던 틀을 1964년 대검찰청이 이관해 온 후 보복범죄 항목을 추가한 것 외에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 사이버 범죄 등 신종ㆍ첨단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해킹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입력할 틀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또 공범 중 1명만 검거해도 검거원표를 작성하도록 규정해 검거건수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는데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거의 모든 범죄에 대한 단순한 정보들을 무의미하게 축적하고 있다는 문제 등이 낡은 기준이 초래한 폐해로 지적된다.

전담팀 강화하고 전문가 키워야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먹구구식 범죄통계 수준을 벗어나려면 통계를 관리, 생산하는 과정에 통계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들과 검토 및 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순환보직으로 1, 2명이 낡은 틀을 가지고 관행적으로 전체 범죄통계 자료를 만들어 내기 급급한 상황을 벗어나야 애써 만든 통계가 정책 입안에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담팀을 신설하는 한편 자체 감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어도 어떤 통계가 의미가 있으니 더 공을 들여 만들고, 어떤 통계는 자료 축적만 해도 되는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중심의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동향·통계연구센터장은 "범죄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에 자료를 공개해 범죄통계의 검토, 생산, 가공 등을 위탁하는 방안도 정부당국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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