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에서 후보자가 없어 2년째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총여학생회 존치를 놓고 국내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학생 대상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여권이 신장된 요즘 이 대학은 왜 다소 뜬금없는 설문을 하게 된 것일까.
8일 경희대와 총여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날 발행된 8페이지 분량 경희대 학보 '대학주보'는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재학생 1,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설문조사에서는 폐지 의견이 많았다. '총여학생회 필요성에 대한 의견과 이유'란 질문에 55.9%(706명)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8%(490명)에 그쳤다. 대학주보 측은 "총여학생회 존치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조사가 필요한 시기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이 같은 입장은 학 내외적인 측면에서 두루 봐야 한다. 우선 이 대학 총여학생회는 2006년 권모(38)씨란 여성이 한 국문과 명예교수한테 성폭행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으로 위상이 꺾였다. 당시 총여학생회가 들고 일어나자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대학은 해당 교수를 직위해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권씨가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명맥은 유지했지만 여대생들이 입후보를 꺼리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새 학기 보궐선거에도 후보자가 없어 선거조차 치르지 못했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필요성과 의존도가 크게 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민주화 이후 총여학생회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된데다 여권 신장이 된 요즘 과연 한쪽 성만의 이해를 대변할 조직이 필요하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건국대 학생들이 총여학생회를 없애기로 결정하는 등 총여학생회 폐지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총여학생회 존치입장인 김모(22ㆍ2학년)씨는 "건국대 사례가 설문조사 결과에 앞서 나와 총여학생회 폐지가 옳다는 선입견을 심어줬다"며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설문조사"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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