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가 11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최고'였다는 주최측의 자체 평가에도 불구, 관람객이나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세계 5대 자동차생산국의 모터쇼 치고는, 철학도 없고 격조도 없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자연을 품다, 인간을 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서울모터쇼의 총 관람객 수는 104만8,000명. 2년전 행사때보다 4만명이 늘어, 규모상으론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두 배 가량 넓어진 전시 면적, 두 배 이상 증가한 참여업체 등 확대된 행사규모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증가는 아니라는 평가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8일 "양적인 면과 함께 질적인 면에서 최고의 모터쇼였다"며 "자동차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관람객들은 이런 '자화자찬'에 고개를 꺄우뚱하고 있다.
우선 모터쇼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신차.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동차가 9대를 비롯, 45대의 신차가 전시됐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36대의 친환경자동차, 15대의 콘셉트카도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 공개차량 가운데 절반(4대)은 트럭 등 상용차였다. 한 관람객은 "그냥 강남의 자동차 전시장을 한데 모아 놓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볼만한 신차가 적다는 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서울모터쇼에 별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뜻.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이왕이면 중요한 신차는 프랑크푸르트나 파리, 디트로이트 등 세계적 모터쇼에서 선보이려고 한다. 서울모터쇼를 위해 신차를 준비하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세계 5대 모터쇼로는 미국 디트로이트,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등이 꼽힌다. 최근 들어 도쿄모터쇼는 퇴조세가 뚜렷하고, 대신 중국(베이징 상하이)가 급부상하는 추세다. 거의 격월로 열리는 이런 대형모터쇼 틈바구니에서 서울모터쇼가 설 땅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모터쇼가 살아남으려면 애초 주제와 방향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냥 매장면적만 늘리는 식으론, '동네행사'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서울모터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중국과 최고 기술력의 일본 사이서 열리는 탓에 세계적 행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애초 쉬운 일이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서울모터쇼만의 방향과 색깔을 찾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밀라노모터쇼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는 자동차 한대 생산하지 않는 나라지만 유럽에서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에 그 해 자동차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서울모터쇼에서만 볼 수 있는 뭔가를 찾고 그 쪽으로 고민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모터쇼'가 아니라 '서울모델쇼'란 비아냥이 나올 만큼, 여성 전시도우미들의 지나친 노출의상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전시 기간 내내 "자동차로는 보여줄 만한 게 없으니까 모델들의 노출로 관심을 끌려는 것 아니냐" "세계적으로 이렇게 여성들을 노출시키는 모터쇼는 한국과 중국 뿐"이란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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