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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치 없는 통치는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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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치 없는 통치는 필패다.

입력
2013.04.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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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무려 15년이나 권력 맛을보지 못한 친박 공신들이 박 대통령이라는 뒷배를 믿고 국정 운영에서 전횡을 일삼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다. 15년이란 김대중ㆍ노무현정부 10년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친이계에 밀려 사실상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기간을 말한다. 강산이 한번 반 바뀌는 동안 정권의 변두리에 머물던 이들이 국정을 장악했으니 역대 정권마다 해악적 요소로 작용했던 공신들의 권력 남용이 기승을 부릴까 걱정했다.

그러나 조각(組閣) 등의 인선을 지켜보며 이 같은 생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인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친박들은 배제됐고 정부와 청와대 하부 조직에도 친박 그림자는 크지 않았다.

출범 초 이 같은 방향성을 고수한 박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방법과 속도 면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다.

당장 주요 공직자 인사에서 7명이 낙마하자 정치권에서는 ‘불통 인사’를 운운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에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도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충분한 소통 없이 밀어붙이다가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먹어야 했다.

야당이야 정략적으로 청와대를 공격하는 게 당연지사이나 여당에서, 그것도 친박계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자못 심각한 일이다.

그간 국정에서 소외됐던 불만을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틈 타 쏟아 붓는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공신들마저 박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고위험도 상황이란 것을 직감했다.

대통령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국민은 국회를 통해 정권의 이미지를 규정한다.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은 이들과의 간접 대화에서 청와대의 독주 느낌을 갖게 됐고, 그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했다. 가뜩이나 폐쇄적 이미지가 아른거리는 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불통 논란은 치명적이다.

박 대통령의 그간 정치 행보는 ‘결과로 말하겠다’는 식이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주변에서 숱한 충고와 훈수를 내놓았지만 박 대통령은 상당 부분 자신의 색깔을 고수했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군과 적군으로 확연히 나뉘어 있는 선거판과 시간이 지날수록 우군이 줄어드는 대통령의 외로운 정치 상황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국가적 발전과 개개인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시하는 것은 통합의 리더십과 소통의 정치다. 과정이 무시되면 국민의 눈엔 독선과 아집의 연속으로 비친다.

국민이 직접 상대하는 건 여의도 정치권이며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청와대의 정치력이다. 속도감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의도는 물론 국민 전체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친박 공신들을 포함한 정치권의 불만을 인사 혜택 등 저급한 방법으로 풀라는 건 아니다. 다만 국정의 논의 구도를 정치권으로 넓히는 식의 다양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인사 문제에서도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오차를 최소화 하면서 불통 이미지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정 인사를 지명하더라도 당의 추천을 통해 내정했다면 인사 실패에 따른 부담도 그만큼 적어졌을 것이란 가정이다.

최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을 찾아가고 이정현 정무수석이 초선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뭇매 맞기를 자청한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야 청와대가 정치를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다.

여의도를 의식적으로 멀리해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를 피해가거나 경시하다가 쓴 맛을 봤다.

평생 동지 개념의 친박 공신들이 출범 초부터 도와주진 못할망정 쓴소리를 해대니 내심 화도 나고 서운한 느낌마저 드는 기분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엄혹한 정치 현실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여의도를 활용하는 게 진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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