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글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의 표현이 아닌 이성적 논의의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인의 생각을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정리해서 비판하고 반론하여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종환 학생의 글은 다소 감정적이다. 목소리를 낮추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의 반론을 잠재우는 기법이 필요하다.
먼저 이 글의 문제의식을 다루어본다. 문제의식이란 쟁점이라고도 표현되는 글을 쓰는 동기이다. 신문기사의 내용이 '충분히 반성한 학생에 빨간 줄을 그어야 하는가?'이다. 그렇다면 학생부에 폭력사실과 그와 관련된 내용을 기재한다는 것은 묵시적 전제이다. 잘못한 행동에 대하여 기재한다는 것은 이미 전제돼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충분한 반성과 관련된 논의이다. 즉 폭력사실은 있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이루어진 사안까지도 굳이 학생부에 기재하여야 하는가의 문제가 쟁점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반성의 기준은 무엇인가?' 혹은 '반성을 하면 최초의 잘못이 탕감되는가?'와 같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쟁점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하지만 학생의 글은 학교폭력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생부 기재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학생부 기재 제도의 엄격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반성을 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폭력사실이 당연히 기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전제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문제되는 상황, 이른바 쟁점에 대한 정확한 비판과 반론이 이루어져야 글의 정합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생 글의 형식적인 구성을 살펴 본다. '1단락: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학생부기재를 해야 한다(주장)→2단락: 학교폭력의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경각심이 생긴다(주장의 근거)→3단락: 학생부는 객관적 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주장의 근거)→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으나 해결 가능하다(문제점 소개와 주장) → 학생 스스로 신중한 선택을 하게 하여야 한다(주장)'이다. 전체적으로 '선 주장 후 근거제시'라는 구조로 되어있으나, 많은 주장의 나열로 쟁점이 흐려져 있다. 많은 학생 글들이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말하고 싶은 내용의 병렬 나열이다. 쟁점을 분명히 해서 해당 쟁점에 대한 논의를 일관되게 유지하여야 한다.
학생 글의 표현과 관련해서 "현재 고등학생인 나로서도 이에 대하여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바이다"라는 표현은 논술형태의 글에서는 피해야 하는 형식이다. '나'라는 주어의 사용은 객관성과 설득력을 중시하는 논술 글에서는 맞지 않는다.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로 바꾸어 표현하여야 한다. 또한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의 인권을 먼저 짓밟았다"라는 표현도 역시 감정적인 어휘의 사용이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인권을 먼저 침해했다" 정도의 중립적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선동적 어휘와 격한 감정의 투사가 설득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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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 메가로스쿨 논증·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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