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8일 입주기업들은 도산의 공포에 휩싸였다. 3일 출입제한조치 이후엔 공장가동중단으로 납기를 못 맞추는 정도의 피해였지만, 이젠 개성에 투자했던 모든 돈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총 투자액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업체마다 최소 50억원 이상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원청기업에 대해 물어줘야 할 배상금까지 계산하면 피해금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의류제조업체인 A사 대표는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기계 설비 등 투자금만으로) 최소 50억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며 “원청업체에 납품하지 못해 물어줘야 할 배상금은 아직 계산도 하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B사의 대표는 “배상금을 계산해보니 투자금액의 3배에 달하는 액수가 나왔다”며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면 회사가 부도가 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급히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단이 폐쇄될 경우 약 10~20%의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추가 확인작업을 벌이면 아마도 더 많은 기업들이 부도의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당황해 하고 있다. 이날 현재 30여개 기업이 조업중단 상태인데, 9일부터는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출입제한 조치 이후 6명의 상주인원을 남겨뒀던 C사 관계자는 “북측 근로자가 다 철수하게 되면 우리측 직원들도 당연히 철수해야겠지만 이 경우 공장에 있는 제품과 원자재 분실위험이 있어 최소 인원은 남겨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부에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현재로선 북측 근로자가 복귀해도 정상화는 힘든 상황. D사 관계자는 “만약 공단이 다시 돌아간다 해도 원청업체들이 다시는 입주기업들과 거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북측이 출입제한조치를 취한 지난 3일 이후 조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대형 원청업체들은 “이런 상태라면 계속 납품거래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류 대기업들이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로서도 납품선을 바꿀 수 밖에 없다’며 재계약 중단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일부 전자 대기업들도 개성공단 입주 부품업체들에게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청업체와 거래업체 등의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기계부품을 조달 받는 E사 관계자는 “원부자재 값만큼 손해를 보는 1차 제조업과 달리 우리 회사는 판매가만큼 피해를 입는다”며 “거래처를 닦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더욱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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