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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아래 붉게 익은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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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아래 붉게 익은 생명력

입력
2013.04.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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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한 설명이나 극적인 에피소드 없이도 오치균의 그림은 보는 이의 눈길을 잡는다. 젊은 날 그릴 것이 없어 자기 자신을 밑천 삼아 그린 자화상, 우연히 발견한 사북 풍경, 최근 선보이는 '감' 시리즈까지 그의 그림은 대상을 보고 다루는 작가의 관점과 기량, 삶을 담고 있다.

28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선보이는 오치균 개인전 '감'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감 시리즈 20여 점을 선보인다. 2011년 감 시리즈 10점을 선보인 전시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그는 "그렇게 지겨웠던 감나무와의 투쟁이 아직도 계속 됐다면, 나는 감을 먹지도 않았을 테고 감히 사치스럽게 그것을 화폭에 담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하며 어린 시절 한 토막을 꺼냈다. 시골출신인 그는 가을마다 땅바닥에 떨어진 감을 주워 시장에 내다 파는 '감나무와의 투쟁'을 해야 했다고 말이다.

이 기억은 그가 감나무를 그리기 시작한 후 유추해낸 유년의 풍경일 것이다. "대상이 충동질해서 그릴 뿐이지 그림에 메시지를 넣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가진 갤러리 인터뷰에서 "처음 생각했던 푸른 색과 붉은 색의 대비, 하늘과 감에 대한 화면의 구성을 좀더 깊게, 끝까지 밀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감을 그린 것은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기보다 강렬한 색의 대비, 두터운 질감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인 셈이다. "단순한 풍경을 넘어 물감의 두께, 선의 흐름이 좀더 유연해 지는 걸 느낀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은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든다."

늦가을 감 잎이 떨어진 자리에 생명이 움튼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감은 푸른 색과 붉은 색의 대비와 조화를 보여준다. 붓 대신 손가락으로 물감을 쌓아올리는 임파스토 기법에 의해 캔버스는 두터운 질감과 강렬한 색조를 내품으며 이 대조를 극대화 한다.

푸른색과 붉은 색의 병치는 작가가 사북 시리즈에서부터 사용했다. 탄가루 날리는 사북에서 발견한 진홍 슬레이트 지붕과 파란색 벽은 사북의 삶이자 생명의 상징이었고, 그 장면을 재현한 오치균의 사북 시리즈는 황재형의 세련된 탄광촌 그림과는 다른 시적 감흥을 선사하며 그를 유명작가로 만들었다.

사북의 어스름한 풍경이 늦가을 감나무에 배인 2009년의 감 그림은 다소 어둡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이 표현된 그림들이다. 이에 비해 최근 작품들은 대상 자체가 지닌 본연의 색을 담는다. 전구처럼 빛나는 붉은 감에서 힘찬 생명력이 느껴진다. (02)2287-35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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