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대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근로자에게 임금 등으로 지급하지 않고 모아둔 내부 유보금이 100조엔(1,150조여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취지와 달리 기업들이 스스로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현재 대기업 100개사가 인건비 등에 쓰지 않고 모아둔 내부 유보금 총액이 99조엔에 달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인 2009년 90조엔이던 유보금이 3년만에 10% 증가한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돈을 묶어두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들 기업은 주주 배당금에는 지난해 3월말 3조1,000억엔을 책정, 통 큰 씀씀이를 보였다. 이익금을 근로자에게 나눠주기 보다는 주가 방어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100개 기업의 한달 평균 임금은 31만4,127엔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한 1997년에 비해 5만7,000엔이 줄었고,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 금액이다.
아베노믹스의 순풍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임금인상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업단기경제관측 조사에 따르면 춘투(임금협상)에서 보너스 등 일시금을 늘린 기업이 있지만 대체로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디플레 탈출의 열쇠는 정부가 6월 공개할 성장전략”이라며 “기업 내 쌓인 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와 임금으로 활용토록 정책을 내세울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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