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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동고동락… 노숙인들의 형님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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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동고동락… 노숙인들의 형님된 공무원

입력
2013.04.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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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45) 서울 중구 주무관은 공직생활 21년의 절반을 거리에서 보냈다. 1992년 중구 사회복지과에 첫 발령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줄곧 노숙인 상담과 노숙인 시설 관리 업무를 맡아 거리의 노숙인을 돌봐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처리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서울 지역 노숙인 담당 공무원 중 유일하게 표창도 받았다. 그는 8일 "21년간 해온 일이 아직도 재미있다"며 "'노숙인 전문가'로 소문이 나 다른 부서로 발령도 안 난다"고 말했다.

평소 거리를 수시로 순찰하던 그에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숙인을 병원이나 보호시설로 보내야 하는 업무는 쉽지 않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데도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경계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욕을 듣는 것은 다반사이고 소주병이나 흉기로 위협받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더욱이 중구에는 서울역, 시청 등 노숙인 밀집지역이 많아 저녁에 시작한 순찰이 이튿날 새벽에 끝나는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갖은 '애교'를 부리고 따뜻한 컵라면을 대접하면서 다가가자 "공무원이 단속을 나왔다"며 냉대하던 노숙인들도 그를 '안경잡이 양반'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열었다. 중구 동료들조차 "노숙인 관련 업무에서 손 주무관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노숙인 친구도 꽤 된다.

"노숙인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지만, 허물없이 지내는 노숙인 '친구'가 10명 정도 됩니다. 가끔은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 말끔히 차려 입고 찾아오는 노숙인의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몇 해 전에도 한 노숙인이 양복을 입고 구청에 찾아와 '형님'하고 불러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손 주무관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자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들에게 공무원인 제가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노숙인 쉼터의 일자리 제공 사업을 정비해서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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