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가 고리로 '대출 장사'를 하기 위해 건설업자들에게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규모 대출을 해줬다가 4,000억원가량의 부실을 떠안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전 재향군인회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 안모(55)씨 등 재향군인회 관련자와 건설시행사 임직원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재향군인회의 대출 실무를 총괄하며 시행사 대표들로부터 대출 대가로 5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수익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2004년 사업개발본부를 신설해 금융기관으로부터 6~8%의 이자로 대출을 받은 뒤 시행업자들에게 20%의 선이자를 받고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당초 경기 안산과 평택, 울산, 창원, 부산, 서울 등 10개 건설 사업장에 2,415억원을 대출해줬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침체돼 원금조차 회수할 수 없게 되자 이자 납입금 명목으로 추가 대출까지 해줬다.
검찰은 "재향군인회가 이들 사업장에 대출해준 돈이 현재까지 6,185억원에 이르지만 이 중 2,217억원만 회수하고 3,968억원은 미회수 상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는 부실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자체 감사를 벌여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않은 9개 사업장을 지난해 2월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재향군인회가 내부에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투자심의실무위원회, 수익사업심의위원회를 뒀지만 간부와 직원들을 중심으로 위원을 위촉해 전문성 없이 형식적 심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재향군인회는 실질적인 금융업을 하면서도 관리감독기관이 국가보훈처라는 이유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저축은행 사태처럼 직접적인 피해자가 양산되지는 않았지만 부실 대출로 공공재산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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