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나는 연년생이다. 우리는 자주 토라졌다. 나는 맏이라서 불만이었고 동생은 둘째라서 불만이었다.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 나는 맏이의 부담이 거추장스러웠다. 왜 언니한테만 해줘. 동생은 둘째에 대한 무신경을 서운해 했다.
동생은 지금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어느 날 엄마가 동생에게 말했다. "얘, 둘째한테 좀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니?" 동생의 얼굴이 흐려졌다. "내가 둘째라서 말이지, 둘째 낳기 전에는 진짜 둘째에게 잘해줄 거라 마음먹었거든. 근데 생각처럼 안 되네."
동생의 말을 듣고 있자니 코끝이 찡했다. 둘째가 태어나 며칠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큰 조카는 방구석에 숨어 서럽게 울었다. 세상의 중심에 있다가 갑자기 바깥으로 떠밀린 느낌. 부모 마음이야 어떻건 맏이는 둘째가 태어날 때 한번 버림받는다. 그리고 동생이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동생을 못살게 군다고, 수시로 야단을 맞는다. 반면 형이 이미 있는 세상에 태어난 둘째는 애초부터 관심을 독차지할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형의 옷을 물려 입고 형이 누리던 사랑을 한 줌 나누어 받는다.
맏이에게는 맏이의 결핍이 있고 둘째에게는 둘째의 결핍이 있다. 막내도 외동도 마찬가지겠지. 이 결핍감을 힘겹게 자기 방식으로 끌어안으면서 우리는 각자 한 명의 인간이 되어간다. 이 마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모든 어린 시절에,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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