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소변보기를 극력 반대하거나 거부감을 보이는 남자들은 이 문제를 여권에 위축돼가는 남권의 신장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가정의 의사결정 과정이 가장 중심에서 가족 간 '협상'으로 바뀐 것도 '앉아서 소변보기' 현상이 번지는 이유로 꼽힌다.
“배우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이라는 말이 이 문제에 대한 선의의 해석이라면 “사적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에는 남자들의 불만이 담겨 있다. “그래애? 원한다면 앉아서 쏴주마. 그 대신 바지 앞을 막은 옷만 팔고, 남자 화장실에서 아예 소변기를 없애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앉아서 소변을 보느냐, 서서 보느냐 하는 문제로 다투지 말고 남성용 소변기를 집에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나라에도 10여년 전 남성용 소변기를 따로 설치한 아파트가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는 처음엔 주부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아무리 닦고 또 닦아도 냄새가 가시지 않아 지금은 남성용 소변기를 없애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등 유럽에서는 남자들의 '앉아 쏴'가 이미 보편화했다. 언론을 통해 앉아서 소변보기를 홍보하고, 서서 소변보는 습관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남성용 소변기를 없애기도 한다.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없애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과 같다고나 할까.
독일보다는 좀 늦었지만 미국에서도 서서 소변보기 반대 캠페인이 활발하다. 2000년 8월에 발족한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Mothers Against Peeing Standing Up)', 즉 MAPSU는 노란 리본을 달고 "Take A Seat!"(앉으세욧!)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MAPSU는 이렇게 따져 묻는다. “댁의 화장실 청소를 누가 하나요? 어머니? 아내? 그래, 좋아요. (잘 믿지 못하겠지만) 집에서는 당신이 청소를 한다고 칩시다. 다른 사람의 집에 손님으로 갔을 때나 친구 집에서 잘 때, 친척을 방문했을 때, 공중변소를 사용할 때 당신이 서서 본 소변은 대체 누가 청소하나요? 앉아서 소변보기를 거부하는 당신 때문에 왜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어디 말 좀 해봐요.”
MAPSU의 활동에는 주부들이 앞장서고 있지만 어머니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들, 젊은이들, 서서 소변보기가 없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 오줌 청소 때문에 진력이 난 사람들을 돕겠다는 개인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앉아 쏴'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 단체는 'Mothers Against Peeing Standing Up'이라고 씌어 있는 남녀 셔츠, 아기 셔츠, 모자 가방 스티커 벽지 머그컵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MAPSU의 활동은 네덜란드 라디오와 독일의 텔레비전 방송에도 소개된 바 있다. 더 많은 정보는 www.mapsu.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앉아서 쏘라고 종용하고 설득하고 회유하고 윽박지르는 엄마들의 세력은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더 커져 갈 게 분명하다. 그러니 “(군소리 말고 어서) 앉아서 쏘세욧!”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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