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일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의 철수 권고 이후 위협 공세를 일단 중단한 채 잠잠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와 향후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대화든 강경 대치든 북한이 다음 카드를 내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7일 청와대에서 가진 안보 관련 상황평가회의에서 소위'오리론'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오리가 물 위를 평화롭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부지런히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고 있다"며 "청와대도 컨트롤 타워로서 외교안보라인의 관련 부처들과 함께 쉬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언급은 우선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에 접어든 북한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북한 역시 겉으로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화와 대결의 갈림길에서 도발 행위까지 포함해 다양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실장이"북한이 개성공단과 북한에 주재하는 외교 공관 등에 10일까지 철수 계획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거론하면서 그 시기를 전후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실장은 북한의 도발 위협 등에 대해"북한은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내용을 한 건씩 터트리는 헤드라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국민의 여론을 호도해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대북 정책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도발 위협이) 미국의 특사와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한국의 대화 제의 등을 유도해 북한의 상황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도 이날"중국이 평양 주재 대사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북한의 대사관 철수 통보를 수사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볼 때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의 도발 위협이 3차 핵실험 이후 수세에 몰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고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인 도발에 나서기보다 수사적'벼랑 끝 전술'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을 압박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서지 않는 한 스스로 국면 전환에 나설 때까지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