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따른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전후에 긴장 국면이 최고조에 달한 뒤 25일 인민군 창건기념일을 지나면서 소강 상태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우리도 지속적인 강경 대치 구도에 갇히기 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게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협 공세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대화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북한의 선(先)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7일 "북한은 태양절 행사에 앞서 축포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한다고 해서 북한이 당장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15일 전에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을 한두 번 더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직전 단계까지는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대치가 국지전 이상의 군사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은 낮다고 봤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미군이 전력을 최고조로 증강시키고 한국이 보복 응징을 천명한데다 중국이 말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결속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시점부터는 북의 위협 공세가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4개월째 비상 상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국력을 소비한데다 춘궁기를 앞두고 있어서 제 풀에 지칠 가능성이 많다"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5만여명의 북측 근로자 재고용과 외화 수입 감소 문제 등이 생기므로 더 아픈 건 북한"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의 위협이 고점을 찍었으므로 내달 초 한미정상회담이나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 미국의 인도적 지원 등이 진행될 경우 반전의 계기가 생길 것"이라며 "북한도 너무나 많은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대립 구도를 지속시킬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위협 공세와 대화 모색을 병행하는 양면 전략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황 교수는 "북한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무력 도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로는 계속 협박하겠지만 앞으로는 정전협정 복귀나 영변 핵 프로그램 진전 등을 내세워 외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 노력으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북한에 대한 제재→북의 도발 위협→보상받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중재자로서 중국을 움직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와 미국만 나섰다간 북한이 재미를 본 기존 방식이 또다시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실장은 "북의 도발 언급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 전달과는 별개로 중국이나 국제 NGO를 통한 노력 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북 측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는 필요하므로 정부가 타임 스케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강구하고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계기를 찾은 뒤 6ㆍ15 공동선언 기념일을 맞으면 남북 관계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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