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4월 8일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경기 수원시 권선구 평동 4번지에 자그마한 섬유회사가 들어섰다. 직물을 짜는 직기는 불과 16대. 공장도 5㎞나 떨어진 광교천에서 돌과 자갈을 마차로 실어 나르는 고생 끝에 완공됐다. 고 최종건 회장이 세운 이 회사의 이름은 선경직물. 오늘날 매출 158조원, 수출 600억달러, 8만명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SK그룹의 탄생이었다.
자산 기준 재계 3위인 SK그룹이 8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SK의 60년은 대한민국 산업 성장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1962년 11월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동생 고 최종현 회장이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취임, 쌍두마차 체제를 갖추면서 SK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 해 섬유업계 최초로 4만6,000달러 규모의 인조견을 홍콩에 수출했고 아세테이트 공장과 폴리에스터 공장을 잇따라 완공해 섬유기업집단으로 도약했다.
1974년 석유파동을 겪은 최종현 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정했고,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해 이를 완성했다. 전 세계 16개국, 29개 광구에서 석유 탐사ㆍ개발을 추진한 결과, 현재까지 5억 1,000만배럴의 지분 원유 매장량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의 꿈도 실현하고 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이라는 두 번째 성장판도 마련했다.
향후 SK는 세계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60년은 산업화시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에너지를 만들었으며, 정보화시대 IT강국을 선도한 시간"이라며 "앞으로의 명제는 행복과 세계화에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기념사에서 "SK의 도전ㆍ열정의 원천과 목적은 행복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60번째 생일을 맞은 SK 분위기는 차분하다.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최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하필 8일 열리기 때문이다. 창립 60주년 기념식도 이날 오전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그룹 관계자들과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진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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