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집단을 자처하는 어나니머스(Anonymous)코리아가 6일 오후 북한의 대남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 6,216개를 추가 공개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안당국은 실명을 확인하기 위해 계정을 면밀히 분석 중이지만 사법처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일 텍스트파일 공유사이트 페이스트빈(http://pastebin.com)에 추가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 6,216개 분석 결과 국내 이메일은 52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1차 공개된 회원 계정 9,001개에 포함된 2,000여 개를 합치면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1만5,217개 중 국내 이메일은 2,600여 개에 이른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과 국정원은 실명과 이적성을 띤 활동이 확인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사한계나 증거능력을 고려할 때 가능한 일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된 회원 계정은 가입자가 직접 입력한 아이디 성별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생년월일 가입일(regDate) 가입국과 로그인 날짜(signDate) 비밀번호로 구성됐다. 이중 아이디와 성별 이름 이메일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공란이다. 국내 사이트들처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인증 가입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실명인증이 안돼 이름부터 신빙성이 떨어지고 아무렇게나 쳐 넣어도 가입이 되는 이메일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이메일로 가입된 2,600여 명 중에는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안철수 등 국내 정치인은 물론 전 일본 도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까지 있다. 원빈 조인성 김태희 신성일 방실이 등 연예인에다 이순신 을지문덕 김또깡(김두한)까지 눈에 띈다. 일본 만화캐릭터인 도라에몽에 홍길동이란 이름은 10여 개나 된다.
우리민족끼리 서버를 확보할 수 없는 수사한계상 진본 여부부터 검증이 불가능하다. 이 서버는 중국에 있지만 중국 공안당국이 우리 측의 압수수색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설사 진본이라고 가정해도 얼토당토않은 이름과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이메일을 도용했다면 본인 확인 자체가 어렵다. 계정에는 IP(인터넷 상 컴퓨터 고유주소)가 없어 국내 IP 역 추적은 꿈도 못 꾼다.
또 실제 실명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해킹이라는 불법수단으로 취득한 증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과거 예로 보면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 검찰은 2005년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을 들어 안기부 직원의 불법 도청자료가 시발이 됐던 삼성 엑스파일 사건의 이른바 '떡값 검사'들을 수사하지 않았다.
여러 수사상 한계 때문인지 경찰은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 자체에 대한 내사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는 회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이트 등에서의 이적활동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예측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회원 주소가 파악되면 일단 지방청 별로 분배해야 하고, 일일이 조사를 해야 해 마무리까지 길게는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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