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 이포지션닷컴 CTO가 "세계를 리드하는 통신 전문가"라며 류승문 개인공간서비스협회 부의장(60)을 추천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각국 정상들과 취재진에게 국내에서 개발된 최신 근거리 통신기술을 활용한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우리 기술력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제회의 동시통역에는 아날로그 방식이나 와이파이 기술이 쓰였다. 와이파이 같은 기존 근거리 무선통신은 동시에 수많은 신호가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오가기 때문에 서로 자꾸 부딪히면서(간섭)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G20 정상회의 때 쓰인 통신기술은 5세대다. 주파수와 시간, 코드 등 통신에 필요한 자원에 대해 각 사용자마다 고유한 영역을 할당해주는 것이다. 자기 자원만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방해받지 않아 잡음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기존 무선통신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도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신호를 주고받는데 비해 5세대 통신은 기기끼리 알아서 서로 접속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모든 신호가 한 통신망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간섭이 훨씬 줄어든다. 4세대까지의 통신기술이 통신망과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5세대는 기기와 수요자(개인)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 변화를 선도하면서 우리나라의 5세대 통신기술을 처음 국제사회 표준으로 만든 과학자가 바로 류승문 개인공간서비스협회 부의장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일할 때 직장 선배로 만난 류 부의장은 20여 년 전인 당시 이미 4, 5세대 통신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통신기술은 상용화가 핵심이다. 현실에서 쓰이지 못하면 묻힐 수밖에 없다. 류 부의장은 상용화의 무대를 국내로 제한하지 않고 일찌감치 세계로 넓혔다. 특정 통신기술이 세계에서 통용되려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최근 들어서야 초보 단계의 상용화가 시작된 5세대 통신기술에 대해 류 부의장은 이미 국제표준을 확보해놓은 것이다. 10~20년 뒤를 내다보고 당시 누구도 쉽게 엄두내지 못했던 표준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류 부의장의 노력 덕에 앞으로 5세대 통신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통신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제한돼 있다. 4세대까지의 기술만으로는 전송속도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수용하기 어렵다. 거대한 통신망과 인프라를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오가는 신호 간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좀더 적은 자원으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든 5세대 기술은 분명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네 아무 스크린골프장이나 노래방에 가서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과 토너먼트 경기를 펼치는 광경도 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외국에 비해 낮춰 보는 경향이 있다. 기술 수준이 높아도 사회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면 무시되기 일쑤다. 좋은 국산 기술을 국내 과학계가 먼저 격려하고 도와주는 분위기가 아쉽다. 퇴직 후에도 협회를 통해 여전히 중소기업들과 활발히 교류 중인 류 부의장이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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