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언론에 앞으로 '박근혜정부'와 같이 두 낱말을 붙여 하나의 고유명사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박근혜 정부'처럼 띄어 쓰는 것은 틀린 게 아니다.'박근혜'라는 고유 명사와 '정부'라는 보통명사는 별개로 사용해 온 터이고 언어 소비자요 생산자인 우리 모두는 두 낱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박근혜정부'처럼 붙여 쓰기를 고집하는 것을 보고'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시절에 어느 측근이'각하를 폄하하는 호칭을 고치자'는 충성심 하나로'당선자'속에는'놈자(者)'가 들어 있으니 이를 좀더 격조 높은 호칭으로 바꾸자고 요청했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는'당선자'가 맞는 용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대한민국헌법 제67조 제2항에서도'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라고 명시한다. ~자(者)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철학자 노벨 수상자 등의 자(者)를 모조리 바꿔야 할까.
보통 명사로 이뤄진 복합 명사는 붙여 쓰기 혼선을 피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김영삼 정부의 '문민정부'나 노무현 정부의'참여정부'가 그렇다. 그러나 인명처럼 고유 명사가 들어간 복합 명칭은 띄어 써야 더 자연스럽고 좋다. 이명박 정부의'이명박 정부'가 좋은 예다.'박근혜정부'와 같이 설사 붙여 쓴다 해도 멋있어 보이거나 잘 나 보이는 것은 전혀 아닌데 어디서 이런 발상이 나오는지 신기한 일이다. 이런 순간 호기심이 발동한다."그럼 김행 대변인도'김행대변인'으로 붙여 고유명사로 처리해 드릴까요?"
이와 유사한 예는 영어에도 있다. 1966년 Bank of America가 Visa라는 결제 수단을 들고 나오자 서부의 몇 개 은행이 결성하여 master charge라는 명칭으로 대항했다. 초기(1966-79)에는 Master Charge : The Interbank Card 명칭을 쓰다가 그 뒤로는 MasterCard로 바꿨고 이어서 Eurocard와 합병했다(2002). 2006년에는 MasterCard Worldwide로 명칭을 바꾼 뒤 전자 상거래의 DataCash사를 인수했다. MasterCard, Eurocard, DataCash등을 붙여 쓴 이유는 따로 띄어 쓰면 두 개의 보통 명사로 인한 일반 복합 명사와 혼동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명이 들어간 정부 명칭은 영어에서도 당연히 Bush Administration, Obama Administration처럼 띄어쓰기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