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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사나이 "코트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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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사나이 "코트여 안녕"

입력
2013.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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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테크니션이 코트를 떠났다. 2대2 플레이에 정통한 베테랑 가드 강혁(37)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제2의 농구 인생을 펼친다.

강혁은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강혁은 발목 통증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10분57초를 뛰며 6점 3어시스트 1스틸을 올렸다. 그러나 소속 팀 전자랜드는 모비스에 3연패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1999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강혁은 프로에서 뛴 12시즌 내내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통했다. 또 2005~06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두 차례 우승 반지를 꼈다.

강혁의 얼굴은 온순하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180도 달라진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강혁은 경희대 시절 농구화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발목이 퉁퉁 부었지만 경기에 나가고자 농구화를 가위로 찢어 발을 우겨 넣고 출전을 강행했다.

강혁은 "26년 동안 농구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는데 고생한 만큼 행복했다"며 "항상 좋은 팀에 있었고, 좋은 지도자 앞에서 농구를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2시즌 동안 내내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을 보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강혁은 프로농구에서 2대2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테크니션으로 패스 능력과 드리블, 득점력을 고루 갖췄다. 또 동료들과 손발을 빨리 맞출 정도로 적응력이 빠르다. 강혁은 "처음엔 공을 많이 갖고 플레이를 하지 않았는데 2대2를 즐기다 보니 시야가 트였다. 항상 반복하고 (김)병철이 형의 플레이를 많이 봤다. 잠자기 전에도 항상 30분 정도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인선수는 2005~06 시즌 삼성에서 2대2 호흡이 잘 맞았던 네이트 존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목표는 최고 선수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선수로 남고 싶었다"면서 "농구 인생 점수는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고생한 내 몸한테 미안해서라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혁의 새 출발에 농구계는 박수를 보냈다. 양동근(모비스)은 "(강)혁이 형과 대표팀에서 몇 주 밖에 같이 안 있었지만 장난을 잘 받아준 좋은 선배였다. 무척 아쉽고 더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도 은퇴할 때 형처럼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규섭(삼성)은 "함께 할 때 성적도 가장 좋았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며 즐거운 생활을 했다. 선수 생활 잘 마치고 박수 받아 떠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사부인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쳐 고맙고, 지도자로서도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혁은 모교 삼일상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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