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이 모두 어깨 동무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랭킹 26위)이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가로젓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변변한 실업은 물론 대학 팀도 하나 없었던 황무지에서 캐낸 챔피언 트로피다. 김영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스페인 푸이그세르다에서 6일(한국시간)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B그룹 대회 벨기에(27위)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1피리어드 12분 34초에 조수지가 선제골을 터트렸고 3피리어드 4분44초에 맞은 파워 플레이 찬스에서 에이스 박종아가 쐐기골을 작렬했다. 수문장 신소정은 19개의 슈팅을 모조리 막아내면서 대회 두 번째 셧아웃의 기쁨을 누렸다.
순수 아마추어들로만 구성된 대표팀이어서 감동은 더했다. 연세대학교 기악학과에 재학중인 한수진을 비롯해 강릉에서 아이스하키에 푹 빠져 무작정 서울로 유학 온 박종아, 박예은(이상 피닉스 소속) 등 이른바 '외인부대'였다. 대표팀은 선수 선발을 위해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처음으로 3개 클럽 팀으로 나눠 리그를 열기도 했다. 함께 손발을 맞춘 기간은 보름여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은 첫날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크로아티아를 4-1로 제압한 데 이어 홈 팀 스페인마저 3-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 뒤 아이슬란드와 이날 벨기에까지 따돌리며 4연승을 달렸다. 승점 12를 쌓은 대표팀은 7일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대회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이로써 다음 시즌 디비전 2 A그룹으로 승격하게 됐다. 대표팀은 남아공과의 경기를 치른 뒤 9일 오전 11시50분 귀국한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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