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는 허리가 없어요. 몸통인 일반고를 버리고 나머지를 살리면 뭐합니까?”
일반고의 열악한 상황을 취재하면서 한 교사로부터 들은 하소연이다. 한국일보의 ‘위기의 일반고… 공교육이 무너진다’기획 취재에서는 무너져 가고 있는 일반고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74%의 응답자는 일반고의 문제점으로 ‘성적 우수학생의 특목고ㆍ자사고 유출로 전반적인 학력 수준 저하’를 꼽았지만, 일반고 문제는 단지 성적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부족한 인성 교육, 교권 추락으로 인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무기력함과 이들을 보는 일선 교사들의 좌절 등 일반고가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본래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특목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일반고의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일반고의 문제는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교육체계의 문제이자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시의 문제이며 명문 대학 졸업생들을 우선하는 취업 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반고의 성적 향상을 도모하는 정책은 미봉책일 뿐,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일반고 내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아이들이 적성과 소질에 맞춰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재정 및 인력을 지원하고, 대학도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뽑도록 해야 한다. 일반고 교육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거나 취업에 뜻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직업교육 위탁 기관이나 특성화고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대학 진학이 취업의 필수 요소로 연계되는 고리를 끊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교육 개혁은 앞으로 15~20년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고교 서열화가 극대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시점이 되면 이런 상황을 당연시하고 순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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