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생활안전지도(범죄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산사태와 폭설 같은 자연재해나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성폭력과 학교폭력 다발지역이 표기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세부계획을 확정하고 내년에 시범 운영을 거쳐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성폭력과 학교폭력 발생 현황을 지역별로 비교해 공개한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범죄지도 공개가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과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안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간 비교가 가능해져 지자체의 안전확보 노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외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범죄지도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범죄지도를 만들어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 효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8년간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해 범죄지도를 제작한 결과 범죄 예보 정확도가 71%에 달했다. 일본도 2003년부터 도쿄 경시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범죄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지도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치안불안 지역이 다른 지역과 비교 공개되면 집값 하락이나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갈등 조장과 지자체장의 정치적 반대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인 성폭력과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범죄지도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적 비교 선호도에 민감한 우리 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기능 못지 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되는 정보 내용과 구분되는 지역 범위 등의 적정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당국은 전문가들과 함께 철저한 검토작업을 거쳐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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