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장애인, 정신질환자, 장기 기증자들은 지금까지 보험 가입을 거절 당해왔어요. 의사로서 사망 위험도 등을 분석, 보험 가입기준을 마련해 이런 분들에게 보험가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제 업무입니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1호 '사의(社醫)'로 올 들어 7년 차에 접어든 삼성화재 강동진(41) 수석은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업무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국내 손보업계에 사의는 그를 포함 4명뿐. 보험 인수기준을 만드는 것부터 인수 심사자와 신입사원에게 관련 의학지식을 강의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는 직접 인수여부를 검사하는 게 그의 몫이다.
강 수석은 "처음 들어본 희귀 안과질환을 가진 환자가 통합건강보험에 들고 싶어한 적이 있었어요. 논문을 뒤져가며 조사해보니 한 쪽 눈에만 생기는 것이고 100% 실명되는 것도 아니라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결론을 내렸습니다"라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설명했다. 특약 가운데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이들에게 보험금을 더 지급해주는 '중환자실입원일당'도 강 수석의 작품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게 흥분된다는 그는 연봉은 병원에 있을 때만큼 보장되는데다 야근이 많지 않고, 주말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이 직업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7년 전 다른 의사 동료들처럼 의과대학 교수가 될 것인가 보험사에 취업할 것인가 고민할 당시 주변에 그의 선택을 지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반대했던 사람들도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박수를 친다. 최근에는 자리가 나면 연락 달라는 동료들이 여럿 생겼을 정도다. 불황에 환자가 줄고, 의사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안정적이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차의과대학교가 임상실습과정 중의 하나로 개설한 보험사 실습과목에는 수강자가 20명까지 몰려들기도 했다. 2009년 처음 개설했을 때 8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보험사 사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사의가 되려면 먼저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특정과를 전공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지만 다양한 질병을 다뤄야 해 가정의학과나 내과가 유리할 수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의학통계를 전공한 강 수석은 "숫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학통계를 공부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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