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 망배단. 꽃샘추위에 가랑비까지 내린 이날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망배단에서 과일과 탁주를 겸한 조촐한 환영회가 열렸다. 환영회의 주인공은 걷기 모임 인터넷 카페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한사모)이 주최한 '대한민국 U자 걷기' 참가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의 해안가를 따라 영문 U자 모양으로 일주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년 두 차례씩 산과 바다를 누빈지 73일 째인 이날 60, 70대 80여 명은 마침내 '대한민국 U자 도보 완주'를 달성하고 당당하게 종착지인 임진각에 입성, 기쁨을 나눴다.
함수곤(74) 전 한국교원대 교수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포토에세이 '한밤의 사진편지'를 매개로 꾸려진 이 모임은 교육계에 종사하다 은퇴한 60, 70대 시니어들이 주축이다.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로 2007년 시작한 주말 걷기 모임이 커져 전국 국토 도보 종주로 이어졌다.
종주를 이끈 김영신(68) 한사모 사무국장은 "지난 5년간 62박 73일을 길 위에 있었고 하루 평균 25~28km를 걸었다"며 "젊은 대학생들에게도 벅찬 국토 순례를 평균 나이 70세 노인들이 모여 아무 사고 없이 해냈다는 것은 기적"이라며 감격해 했다.
이들이 열 한 개 구간으로 나눠 걸은 실거리는 3,800리(1,517km). 2008년 4월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한지 5년 만에 강원 강릉, 경북 울진, 경북 포항, 부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와 경남 통영, 전남 장흥, 전남 영광을 잇는 남해, 전북 군산과 충남 당진, 인천을 거쳐 파주를 연결하는 서해까지 대한민국 3면의 바닷길을 모두 이었다. 70세 노인 그룹이 전국 해안길을 완주한 기록은 아직 없다.
걷기 종주 인원 87명 중 전 구간에만 15명이 참여했다. 완주자 중 한명인박찬도(76)씨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여는 전환점"이라는 말로 5년 대장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산과 바다, 마을 풍경을 만끽하며 두 발로 걷는 동안 저절로 새 인생길이 열리더군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목표를 이룬 만큼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도전 시작때만 해도 망설임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걷기 초보 회원들은 한 회 두 회 완주한 구간이 쌓이면서 어느 새 걷기 전문가로 변신했다. 한 구간이라도 참여해 걷기의 진수를 맛보고나면 예외없이 주변에 '오래 많이 걸어라'고 권유한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지난 5년의 도보여행담과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파주=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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