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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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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어쩌지?

입력
2013.04.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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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욱 씨, 고양이 키워본 적 있어?" 선배가 물었다. 지난 가을이었다. "아뇨, 왜요?"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버지가 집 앞에 주차를 하다가 새끼고양이를 치었어. 종일 안절부절 못하시다가 슬쩍 가게를 다녀오시더라. 그날부터 아버지는 어미가 종종 어슬렁거리던 마당 한 구석에 사료를 놓아두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새끼를 배고 낳고 배고 낳고 점점 고양이가 늘어나. 늘어나니까 아버지는 사료량을 늘려. 어쩌지? 어쩌지? 하시면서도 그럼 어쩌겠냐는 거야. 그래서 지금 17마리가 마당에 살아. 어쩌지?" "그러게요, 어쩌지요?" 공원벤치에 앉아 나른한 이야기에 나른한 추임새를 넣던, 볕 좋은 오후의 대화였다.

며칠 전 선배를 다시 만났다. 나는 안부를 물었다. "언니, 그 고양이들은 안녕한가요?" "아, 걔들." 선배는 빙긋 웃었다. "그게 말야, 어느 날 그 많던 녀석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어. 갑자기. 모조리. 아버지는 동네 곳곳을 찾아다녔어. 옆집 여자가 약 먹인 거 아닐까 의심도 하셨지. 날이 또 좀 추운 게 아니었잖아. 그런데 눈이 녹을 무렵, 4마리가 돌아왔어. 한 마리는 곧 새끼를 낳을 것 같아. 아버지는 또 어쩌지? 어쩌지? 하시지만 은근히 기뻐하는 눈치시지. 궁금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러게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돌아오지 못한 13마리의 겨울도 안녕했을까. 어딘가에서 이 봄을 맞고는 있는 걸까.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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