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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연예인의 '자숙' 윤리적 알리바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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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연예인의 '자숙' 윤리적 알리바이인가

입력
2013.04.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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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自肅)이라는 어려운 말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데는 연예인들의 공이 크다. 자숙은 사회적 관습이나 실정법의 울타리를 넘어버린 연예인들이 정해진 수순처럼 선택해온 길이다.

자숙의 공언은 자발적 반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책임윤리의 그럴싸한 외피를 입는다.

하지만 자숙은 외적ㆍ사회적 형벌의 의미도 지닌다. 식어가는 인기와 흔들리는 무대 위에서 그들의 자숙은 파국을 모면하기 위한 전술적 후퇴이고, 조기 복귀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손절매라는 점에서 타산적이다. 이 때의 자숙은 차가운 시장의 논리에 순응해야 하는 연예인이 용서에 이르는 기약 없는 시간 위에 드리운 윤리적 알리바이이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자숙은 연중 드물지 않은 해프닝이다. 지난 달 말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한 연기자가 출연하던 드라마를 접고 칩거에 들어갔다. 우리는 자숙의 의미와 내용, 또 자숙하는 연예인들의 드러난 사연과 이면을 살펴봤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된 연예인 팬덤(fandom)현상과 그 기반 위에서 산업적으로 조형된 스타덤 작동 메커니즘의 한 단면을, 그리고 대중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와 책임이라는 해묵은 쟁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개별 연예인들이 감당했거나 감당하고 있는 형벌의 무게는 당사자의 경쟁력, 일탈ㆍ위법의 성격과 경중, 사후 대처의 양상과 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변덕스럽게 결정된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형벌이 가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불합리와 변덕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일지 모른다. 연예인의 가치는 이미지에 크게 의지하고, 팬덤 역시 대개는 바로 그 감성의 토대 위에 구축되기 때문이다. 요절이나 은퇴 등을 통해 시장을 벗어남으로써 스스로의 이미지를 신화화ㆍ화석화하지 않는 한, 모든 팬덤은 그 변덕의 파도 위에서 위태롭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퇴장의 기로에서 잘잘못의 규명이나 경중의 이성적 저울질을 요청하기보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죄, 문자 그대로의 자숙이 때때로 뜻밖의 효험을 발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만난 자숙의 연예인들은 그렇게 가려진 시간의 무대 위에서 연출도 각본도 관객도 없는 자신들만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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