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중국 정부와 언론의 합동 공격에 굴복하자 중국 소비자들의 비위를 거슬렀다가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애플 사태는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이 처한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구미에 맞춰 영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코카콜라는 현지 공장에 정부 상대의 홍보 담당자를 2배로 늘리고, 국영 언론과 지방 관리를 대하는 노하우 특별훈련을 실시했다. 또 식품안전감독기관 관계자들을 공장으로 초청해 견학시키는 등 중국 문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는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소셜 미디어 관리 인력을 늘렸다. 미국 기업들이 소비자 민원에 몇 달씩 응답하지 않으면서 중국 고객을 무시한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 부흥에 맞춰 투자를 확대해 왔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덩치가 커지자 시장과 기업의 위상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 맥도널드, 얌 브랜드, 휴랫팩커드 등이 중국 언론의 뭇매를 맞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했고, 최근엔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마저 무릎을 꿇었다.
애플은 지난달 ‘애프터서비스 부문에서 중국과 서방 국가들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결국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으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5일에는 중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금서로 지정한 서적이 포함된 애플리케이션을 앱 스토어에서 삭제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영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해외 기업 때리기’는 정치적 이유가 다분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갓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사치와 부정부패 척결을 공언한 것도 영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광고회사 제이월터톰슨의 아시아지사 최고경영자인 톰 닥터로프는 “자신들이 옳다고 고집하는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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