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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발표로 패 노출… 틈새노린 日 전략에 결국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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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발표로 패 노출… 틈새노린 日 전략에 결국 '빈손'

입력
2013.04.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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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정부가 3년 넘게 공을 들였던 터키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이 무산됐다. 일본의 대대적 공세로, 원전수출의 길은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자원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터키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 문제를 넘지 못해 (수주전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전날 "미쓰비시 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의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대한 일종의 해명 발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주무산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터키 원전 수출은 MB정부의 야심작이었다. 2009년12월 우리 기술로 탄생한 신형경수로(APR1400) 4기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 세계 5번째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오른 MB정부는 터키로 여세를 몰아 또 한번의 '잭팟'을 노렸다.

당시 터키는 220억달러를 들여 흑해 연안의 시노프지역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정부는 2010년 3월 한국전력과 터키 국영발전회사간 공동연구 선언을 개시하며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그 해 6월에는 양국 정상이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사업권은 거의 한국으로 기우는 듯했다.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터키 원전은 수의계약"이라며 사실상 수주를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해 10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부간협약(IGA)을 체결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빗나갔다. 금융비용 등을 놓고 양측이 계약조건에 이견을 보이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 작년 2월 이 전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해 가까스로 교섭은 재개됐으나 끝내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불발되고 말았다.

정부가 밝힌 수주실패 이유는 '지급보증 요구'에 대한 견해차 때문. 채규남 산업부 원자력수출진흥과장은 "터키는 우리 원전의 기술력이나 가격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UAE와 달리 터키 원전은 한국 측이 조달비용까지 떠안아야 해 터키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구했는데 터키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원전을 지어 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은 위험부담이 커 우리로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력 수주 후보인 일본과 중국은 터키 측에 이런 지급보증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MB정부의 성급한 '수주 성사'운운이 오히려 터키의 협상력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원전 전문가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패를 저울질 하던 터키에 놀아난 꼴"이라고 말했다. UAE 원전 수주전에서 참패한 일본은 한국과 터키가 정부간협약 체결에 실패한 사이 민관 합동조직과 정책금융기관들을 동원, 자금조달 방안 등 실무적 해결에 골몰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협상 재개 후에도 터키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무런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터키 외에도 핀란드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전 수출을 타진 중이다.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제안서까지 낸 핀란드에서는 5개 업체가 경합하고 있는데, 이 중 3곳(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이 일본 기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쉴새 없이 터지는 원전 고장과 전력문제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해외수출 전략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반면 일본기업들은 엔화약세로 수출경쟁력까지 커져 갈수록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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