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위암 진단을 받은 김모(당시 44세)씨는 암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치료비와 생활비 걱정으로 막막하기만 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동창 K(51)씨를 만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다 K씨가 가입한 암보험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진료 때도 병원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K씨 이름을 대고 조직 검사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 두 곳으로부터 보험금 3,500만원을 타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암에 걸린 친구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줘 진단을 받은 후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K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조사 결과 김씨와 K씨는 각각 1,000만원과 2,500만원을 나눠 가졌으며 K씨는 이를 술값, 도박자금, 생활비로 썼다. 김씨는 2008년 2월 위암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K씨의 지인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K씨가 보험사기 전과가 있는 점, 암 치료 흔적이 없는 점 등을 추궁,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서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한 후 진단서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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