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필수적 생존 조건을 물으면 흔히들 의식주라고 답한다. 여기에 "사랑"이라고 대답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카사노바"라는 놀림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색하고 "사랑"이라고 답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온갖 저명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들이대며, 사랑이야말로 어떤 의약품보다 효과적인 건강보조제이자 성공과 행복의 특효약이라고 독자를 설득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지속적인 운동보다도 사망률을 낮춘다.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의 연구팀이 55세가 넘은 2,000여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두 곳 이상의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망률이 44%나 낮았다. 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누군가 도와줄 때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이 감소된다는 결과도 미시간대학에서 나왔다. 이른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효과다.
그렇지만 자선사업가라고 해서 늘 사랑에 능통한 것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마따나, 우리가 인류를 사랑하면 할수록 한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점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사랑이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저자들은 10가지 형태의 사랑을 제안한다. 첫 번째 사랑은 감사. 마땅히 감사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감사할 게 아니라, 모든 소소한 일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감사일기를 쓴 지 21일째부터 근이영양증 환자의 통증과 피로감이 확연히 줄고 수면시간이 길어졌다.
두 번째 사랑은 보살핌. 다발성경화증이나 에이즈를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른 환자를 돌보는 환자들은 행복도가 높고 증상도 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을 보살핀 경험은 청소년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끼쳐 이들이 훗날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높은 사회적 위치에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어떤 사교육보다도 효과적인 '성공의 기술'인 셈이다.
이밖에 용서, 용기, 유머, 존중, 연민, 충실함, 경청, 창의력의 형태를 띤 사랑이 삶의 경이로운 변화들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규명된다.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등 미국 유수 대학 44곳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들을 모은 것이니, 세속적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심중에도 '사랑의지'가 샘솟을지 모르겠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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