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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체험이라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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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체험이라는 상품

입력
2013.04.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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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는 유서 깊은 식당들이 즐비하다. 냉면으로 이름난 집, 순대국으로 이름난 집, 돼지갈비로 이름난 집 등등. 나는 맛으로 사람들을 잡아 끄는 이런 식당들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 편이다. 그런데, 게 중에는 주인 할머니의 욕으로 이름난 식당도 있다. 신기하게도 이곳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장시간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가서는 주인 할머니의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으며 밥을 먹는 것이다. 이들은 이 집에 가서 할머니의 욕을 얻어먹는 것이 거의 문화소비 수준의 체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어떤 꼼장어집은 비좁고 지저분한데도 늘 사람들로 넘친다. 서비스랄 것도 변변찮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비좁은 곳에서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서는 꼼장어를 집어먹는다. 이처럼 욕이나 불편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희소적인 기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살아 있는 배추벌레를 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거액의 요금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배추벌레를 씹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돈이 없는 이는 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은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때문일 테다. 자연스레 하기 싫은 담장 페인트칠을 돈을 받고 동네 친구들에게 시켰던 톰소여의 재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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