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정부의 외환정책도 '위기모드'로 급선회하고 있다. 엔저에 따른 경기 위축과 북한 리스크가 맞물려 급격한 자본 유출ㆍ입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류했던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등 직접적 외환거래 통제방안의 도입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5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외 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거시건전성 조치와 함께 자본 유출ㆍ입을 통제하는 '신규 제도의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신규 제도란 국내외로 유출ㆍ입되는 외환에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토빈세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이 검토됐으나, 이번 정부에서는 수출ㆍ내수에 중립적인 환율 대응이 강조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현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23일 "토빈세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의 입장 변화는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서 일부 외국인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687억원을 회수했는데, 특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매각액이 1조원을 넘었다. 최근 나흘간 원ㆍ달러 환율이 20원 가량 상승해 5일에는 1,130원선을 넘어섰고, 코스피지수도 전날에 이어 이날 32.33포인트(1.64%) 추가 급락해 1,927.23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지수(3일ㆍ0.856%포인트) 또한 지난해 9월 말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자본 유출ㆍ입 규모를 보면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상황이 악화해 시장 쏠림이 나타날 경우에는 외환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 리스크가 고조돼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강력하고 신속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부기관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리스크가 커지면 관계기관 24시간 점검 체계를 적극 운용하고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강력한 안정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추 차관을 팀장으로 관계기관 합동대책팀을 구성키로 했다. 또 국제금융 점검반과 함께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생필품, 통화관리 등 5개 분야 점검반을 구성해 상황에 맞춰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하기로 했다. 또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 북한 리스크 상황과 우리의 대응 내용을 담은 자료를 보내는 한편, 국제기구와의 공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