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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가 태권도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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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가 태권도 최악의 시나리오?

입력
2013.04.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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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WTF) 차기 총재 후보등록 마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 조정원(66) 총재가 일찌감치 재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국내에선 새누리당 홍문종(58) 의원도 출마 움직임을 보여 태권도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EB)에서 가까스로 25개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살아남은 태권도가 자칫 내부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태권도는 그 동안 '한국인들만의 스포츠'라고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경기 구호도 '차렷', '경례' 등 한국어가 많다. 하지만 조총재 재임 중 사무총장에 외국인을 임명하는 등 글로벌 스포츠로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선 경기를 투명화해 판정의 공정성을 높였고 룰도 공격적으로 개정해 큰 호응을 받았다. 올림픽 핵심종목에 포함된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총재자리를 놓고 한국인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비춰지면 어렵사리 '벌어놓은 점수'를 한 방에 까먹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많은 태권도인들은 조총재가 '핵심종목 잔류' 라는 공이 있지만 홍의원의 출마설에는 '뜨악하다'는 반응이다. 태권도와 인연이 별로 없는 홍의원의 WTF총재직 도전은 정치권 개입으로 비춰져 '정치 불개입'을 헌장에 못박은 IOC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출신 스포츠단체장은 득보다 실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총괄조직본부장을 지낸 홍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고 있다. 홍의원 스스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WTF총재가 되면 정부의 협조를 얻어 글로벌 스폰서 유치에 나서겠다"라며 은근히 세를 과시했다.

여기에 핵심종목에서 밀려난 레슬링의 사활을 건 재진입 로비전도 태권도에게 부담이다. 실제 IOC 내부에서는 레슬링의 부활을 점치는 의견이 갈수록 세를 얻고 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태권도의 핵심종목 잔류' EB결정이 9월 IOC총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원점에서 재논의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태권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IOC와 WTF에 밝은 한 태권도인은 "태권도는 EB 4차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14명의 집행위원 중 최대 5명이 태권도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자칫 외국인 후보에게 총재직을 어부지리로 넘겨주는 것은 물론 핵심종목 탈락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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